시암송
2019. 07.31(수) 17:47확대축소
뜻밖의 반가운 소식들



올 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몇 분에게서 뜻밖의 반가운 소식을 받았습니다.

그 중 한 분의 얘기입니다. 자신은 CCC 나사렛형제들 정성훈 간사인데 시본부에서 만든 시선집에 수록된 50편을 다 외웠다고 하였습니다. 시 선집 속의 일부를 외운 분은 많지만 전부를 외운 분은 아주 드물기에 그분의 소식이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오래 전에 작고하신 허진득 전 기독병원장(허백련 화백 아드님)이 50편을 다 외웠다고 전화 해 준 일도 떠올랐습니다.

정 간사는 나중에 문자로 시암송 경험담을 보내주었습니다. “지난 5월 어느 날 고향(광양) 중학교 총동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서 단체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선후배들이 자신을 소개하며 대부분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를 소개한 후 노래 대신 시 세 편 ‘봄길’ (정호승),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최두석), ‘다시’ (박노해)를 암송했습니다. 많은 동문들이 눈을 감고 시암송을 경청했습니다.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제가 목사인 것을 안 동문들은 목사님이 시를 암송하니 더 좋다고 하였습니다. 시를 암송한 보람과 기쁨이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마음속 어깨도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또 한 분은 시와 시조 낭송가인 김흥수 님입니다. 김 선생은 내게 전화하여 신문에서 나의 시암송운동 기사를 봤다고 하였습니다. 내게 귀한 일을 한다며 자신은 시를 접목한 웰 다잉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냥 웰 다잉을 전하는 분들은 봤어도 시를 곁들인 사람은 못 본 터라 그 분의 활동이 나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이 운동에 그 분은 어떤 시를 활용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언제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습니다.

내게 이와 관련한 시를 고르라면 삶을 감사하는 시들인 조병화 님의 ‘작은 보따리’와 김종 님의 ‘나의 묘비명’이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참으로 작은 보따리를 가지고/ 이곳까지 잘도 살아왔다/ 얼마되지 않는 지식/ 얼마되지 않는 지혜/ 얼마되지 않는 상식/ 얼마되지 않는 경험/ 얼마되지 않는 창작/ 얼마되지 않는 돈// 실로 서투른 판단과 행동을 가지고/ 용케도 이곳까지 살아왔다// 이제 머지않아 이곳을 떠나려니/ 아무런 후회도 없다// 어쩌면 이렇게도 고마울 수 있으랴/ 어쩌면 이렇게도 고마울 수 있으랴” (작은 보따리) “나는 꽃잎 한 장 보다 작았지만/ 세상의 꽃잎들이 웃어 주었다// 감사하다.” (나의 묘비명)

세 번째 소식은 광주에 사는 시조 쓰시는 조금희 할머니가 보낸 문자입니다. 교직에 계셨던 분인데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시 창작을 배운 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하신 분입니다. 2년 전에 내가 쓴 시암송 칼럼집을 읽었는데 요즘 다시 꺼내 읽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를 드렸더니 “시에서 전문가가 따로 있나요. 진정으로 시를 가까이 하고 좋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전문가가 아닐까요?”라는 격려의 답글을 보내주었습니다.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이우걸 님의 ‘팽이’입니다. 매를 맞으면서도 접시꽃으로 피어나는 팽이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보입니다.







팽이



이우걸 (1946 ~ )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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