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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노래와 물의 노래, 등신불
2014. 05.14(수) 00:00확대축소
가만히 기다린 봄이 얼어붙은 시신으로 올라오고 있다./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중략…가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무능과 오만이 참혹하다./미안하다, 반성 없이 미쳐가는 얼음나라,
…중략…
환멸에 기울어 무능한 땅을 냉담하기엔/이 땅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죄가 너무 크다./너희에게 갚아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중략…
마지막까지 너희는 이 땅의 어른들을 향해/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차갑게 식은 봄을 안고 잿더미가 된 가슴으로 운다.
(김선우의 ‘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에서)

노래를 부르면 만 천하가 불로 타오르기도 하고, 이 불을 잠 재울 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인도 음악의 아버지로 인도 음악의 신으로 추앙받는 미얀 탄센에 얽힌 전설의 하나다. 16세기 무갈 제국 아크바르 대왕의 궁정음악가였던 탄센은 전장에도 함께 다닐 정도로 왕의 총애를 받았다. 그의 전설은, 대왕의 총애는 독이었다. 탄센이 ‘혼자만 부르는 노래가 있다'고 신하들이 고해바쳤다. 왕은 탄센이 불러주지 않은 노래가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당장 ‘그 노래’를 부를 것을 명했다.

디파크(Deepak)라는 라가(Raga)로 노래를 하면 불이 일어나고 노래 하는 사람도 타 죽는 무서운 노래였다. 탄센은 3주간의 말미를 얻어 이 노래를 상쇄할 수 있는, 비를 부르는 메그 말하르(Megh Malhar)를 딸에게 가르쳤다.

채 다 가르치기도 전에 약속한 시간은 다가왔고 탄센은 왕 앞에서 디파크를 불렀다. 온 전치가 뜨거운 기운으로 타올랐고 탄센도 거의 죽을 듯 싶었다. 그때 저 한 쪽에서 비구름이 몰아쳐 왕과 탄센 일행은 겨우 죽음을 면했다.

탄센은 딸에게로 달려갔다. 딸은 피를 토해내며 비를 부르다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아비와 더러운 아첨꾼과 무능한 어른들, 비루한 세상을 향해 꽃다운 한 생명이 전 존재를 공양한 것이다.

차마 보기에도 아까운 목숨들이 한국사회의 참담한 현실, 무능과 부패와 몰염치와 무책임의 총체, 대한민국을 온 몸으로 떠안고 저 거친 팽목 앞바다에 내몰렸다.

고동치는 뜨거운 심장이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다에 수장되는, 실시간의 끔찍함에도 ‘가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무능과 오만’의 어른들은 자신들의 안위에 안달이다. 아이들을 보낸지 한 달이 다 되 가도록 ‘선동하지 말라’거나 ‘나라 경제 걱정’이고 심지어 ‘유가족의 순수’를 걱정하는 작태까지 보이기도 한다. 미국의 젊은 엄마들이 반찬값 아껴 국가 시스템 부재를 걱정하는 광고를 뉴욕타임즈에 게재하자 ‘유가족이나 도우라’는 터무니없는 훈수를 둔다.

단련된 잠수부들도 견디기 어렵다는 거친 물살의 팽목 앞바다에 꽃보다 여린 아이들을 내몰고, 두 눈뜨고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도 ‘반성 없이 미쳐가는 얼음나라’의 치부다. 부끄러움도 없이 ‘벌거벗은’ 알몸을 드러낸다. 파렴치한 어른들의 맨얼굴이다.

더 참담한 현실은 이 벌거벗음이 오래토록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데자뷔 때문이다. 41년전에도 그랬고 온 나라를 뒤집어놓을 듯 떠들썩했던 대구지하철, 천안함 사건도 있었다. 달라진 건 없다. 매번 굶주린 이리 때처럼 희생양을 찾아 대리책임을 시키고 또 내일 말짱한 얼굴로 나라를 걱정할 것이다.

이 사회 지도자라는 이들에게 더 이상의, 일말의 기대도 남길 것이 없다. 총체적 비루함을 나 몰라라 애써 눈감아온 온 내가 진짜 숨은 주범이다. 책임질 능력 없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기억하고, 기억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발언해야한다. 꽃다운 아이들의 피맺힌 죽음에, 그들의 등신불에 이사회가 답하는 길이다.

조덕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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