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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이번에야말로 새판을 짜보자
2014. 09.17(수) 00:00확대축소
“꼭 지역출신이 맡아야 합니까? 이제는 광주도 좀 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역문화계가 기대와 우려로 술렁이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광주시립미술관장, 문화재단 이사장과 사무처장 등 광주 문화예술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자리가 모두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한 반응이다.

광주비엔날레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최근 20주년 특별기획전을 둘러싼 논란 끝에 물러남으로써 지역 문화계 수장자리가 대거 공석이 되면서 문화계의 기대는 어느 때 보다 높아가고 우려도 깊어가는 양상이다.

이번처럼 수장 자리가 한꺼번에 바뀐 적도 없었거니와 무엇보다 국립 아시아 문화의 전당이 올 연말이면 완공되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본격화되고, 민선 6기가 이 새로운 환경에 어떤 대응하고 동력을 이끌어낼지를 이번 인사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역문화계가 변해야 한다는 오랜 갈망과 갈증, 문화도시로서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다는 기대와 욕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향, 문화도시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에 부응할만한 문화적 환경이나 정책이 부재했던 데서 온 아픈 기다림이기도 하다. 예술인도 많고 시민들의 예술적 취향도 풍부하지만 그동안 지역의 문화적 역량은 예술인은 커녕 대중의 소박한 바람도 채우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달려왔기 때문이다.

“이제야말로 광주가 새판을 짜야한다.”

지역문화계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새로운 인물, 혹은 변화된 문화 정책을 통해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하는 문화계의 바람이 압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문화계 만큼은 민선 6기가 확실한 의지와 색깔을 보여줘야한다”는 절박한 기대다. 평소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교분이 두텁고 문화예술에 대한 적극적 지지자였던 윤장현 시장에 대한 바람과 기대가 또 한 번 꿈꾸게하고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화두는 단연 광주비엔날레다.

올해로 만 20세 라는 성년에 접어들었고 국제사회에 이름도 알렸다. 허나 세계문화계에 이슈를 던지는 방식이나 지역민의 사랑으로가 아니라 엄청난 예산파워로 만들어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데도 실패했고 무엇보다 ‘광주’라는 자신의 터전을 일궈내지 못했다는 혹독한 비판에 지금껏 시달리고 있다.

과도하긴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광주비엔날레가 특정 사람들의 놀이터,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소외된 이들의 푸념이나 어거지로 무시하고 넘겨버리기에는 그 내면이 너무 아쉽고 아프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축제든 문화행사든 가장 큰 동력은 지역민들의 뜨거운 사랑이다. 지역민의 사랑을 먹고 그들과 뜨겁게 교류하면서 세계적 이름을 공고히 해가는 것이다.

비엔날레도 이제 성인이다. 과거 같은 관계는 모두에게 불행이다.

광주가 왜, 무엇을 위해 연 100억원 가량을 단 하나의 예술제전에 쏟아 붓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새겨봐야 할 때다. 이제는 성년답게 세계문화계에 광주발 ‘이슈-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한다. 이같은 절대절명의 변화와 역동성을 새 광주비엔날레 수장은 담아내고 이끌어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의식 속에 국제적 네트워크와 사회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인물이 새로운 체제에 합류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행이나 관성에서 과감히 벗어나야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이 낡고 진부한 말이 요즘처럼 절실히 다가온 적도 드문 것 같다. 혹여 연고니 연줄이니, 나이니 하는 구시대적 잣대에 매몰된다면 꿈, 기대 같은 소중함은 개나 줘야한다. 거꾸로 지역사람이라는 이유로 그의 원대한 포부나 열정을 무시한다면 더 큰 패착이다.

부산과 대구 등 타 시도들은 문화기관장 선임에 연고를 과감히 타파하고 역량있는 인물을 영입하고 있다. 광주가 못할 바 없지 않은가.

보폭을 넓혀 광주는 물론 한국을 넘어 외국에서 활동하는 열정적이고 역량있는 인물을 광주의 인물로 키워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선을 한번만 돌리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 빼어난 인물들이 수족관 물고기처럼 넘실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들여다보고 건강하고 활동적인, 대양에 풀어놓으면 휘젓고 다닐 인물을 발굴해보자. 그것까지가 광주의 역량이고 자산이다.

조덕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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