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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시 쓰기
2019. 02.27(수) 07:49확대축소
할머니들의 시 쓰기





며칠 전 다큐 영화 ‘시인 할매’를 관람했습니다. 이 영화는 기차마을로 유명한 전남 곡성군에 사시는 평균 연령 80세인 문맹의 할머니들과 이 분들에게 글과 시 쓰기를 가르친 분의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글을 몰라 서러웠고 고단한 시집살이와 오직 가족만이 전부였던 삶, 이름 석 자 적는 게 소원이었던 할머니들은 모진 세월 견뎌내고 나서야 글을 배우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학교 문턱은 밞아보지도 못한 채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시골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며 시까지 쓰게 된 사연, 자신의 삶을 담은 시를 쓰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할머니들과 그 할머니들에게 글과 시를 가르쳐온 한 신앙인의 이야기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할머니들의 시를 접한 이종은 감독이 3년여에 걸쳐 제작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감독은 시에 담긴 할머니들의 삶의 흔적들이 너무나 강해서 ‘과연 어떤 분들이 이런 시를 쓰셨을까, 또 누가 이 할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쳐서 시까지 쓰게 하였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수소문해서 찾아뵙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손 가정과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곡성군 입면 제일교회 사모 김 관장은 책정리를 돕겠다고 나선 할머니들이 글을 몰라 책을 거꾸로 꽂으신 것을 보고, 2009년 한글 교실을 열었고 이듬해인 2010년에는 시 쓰기 수업을 시작해서, 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시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이 감독은 김 관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김선자 관장 같은 경우 어떠한 보수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 오늘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공동체와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있는데, 이게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종교인으로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그분들의 행복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에 헌신하는 김 관장 같은 분이 우리 곁에 계시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맙게 생각됩니다. 그분은 미국 시인 에머슨의 시구처럼 ‘진정한 성공’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다음은 김 관장에게서 배운 윤금순 할머니의 ‘눈’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사박사박/ 장독대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짧은 시 한 편에 시적인 요소가 잘 갖춰져 있는 듯보입니다. ‘사박사박’이라는 의성어, ‘장독대부터 머리 위’까지로 이어지는 적절한 열거, ‘잘 살았다, 잘 견뎠다’고 눈이 말해주는 의인법, 첫 구절을 마지막 구절에 다시 배치하는 수미상관법(首尾相關法) 등.

이 영화를 보면서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신 어머니는 어렵사리 아버지에게서 한글을 배워 읽기는 하셨는데 쓰기는 끝내 못 배우셨지요. ‘우리 자녀들이 왜 어머니의 쓰기공부를 도와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도 들었습니다.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박이도 님의 ‘생명의 선물’입니다. 생명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귀해 보입니다.













생명의 선물

박이도 (1938~)



누가 내 생명을 주셨는가

누가 나에게 시간을 주셨는가

아침, 나팔꽃에 앉은 이슬이

햇살과 교감하는

저 투명한 생명은 누가 주셨는가.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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