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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교관의 시암송
2019. 04.10(수) 14:04확대축소
한 외교관의 시암송



얼마 전에 한 지인이 책정리하면서 내어놓은 책더미에서 권영상 아동문학가의 산문집을 발견하고 집에 가져와 읽었습니다. 권 시인은 좋은 동시를 쓰는 분으로 잘 알려져 있어 그 책에 끌렸지요.

책 중에 암송에 관한 얘기가 들어 있어 그 꼭지를 더욱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아래 글은 권 시인과 중학생 제자의 시암송 얘기입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권 시인이 집에서 쉬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고 합니다. 휴대폰을 들었더니 국제전화번호가 떴고 “여보세요?”라고 했더니 “권영상 선생님이세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했더니 수화기 저쪽에서 87년도 중학교 때 선생님한테 국어를 배운 신아무개라고 자신을 밝혔고, 선생님은 대뜸 말을 놓고 거기가 어디냐고 물었답니다. 옛 제자는 자기는 중동에 있는데 잡지에 난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잡지사에 전화해서 번호를 얻었다고 하였답니다.

그러고 나서 전화 사연이 이어졌지요. 그 제자는 선생님을 못 잊어 전화드렸다고 하면서 지금도 19년 전의 국어 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하였답니다.

제자는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둔 얘기를 털어놓습니다. “2학년 때 저희 반 국어를 가르쳐 주셨는데 그때가 가을이었습니다. 10월이었어요. 학교 운동장의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 때였으니까요. 그때 국어 시간에 말이지요. 선생님께서 김광균의 시를 외워 오라는 숙제를 주셨는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 제자는 김광균의 ‘언덕’이란 시를 차분히 암송하였다고 합니다.

“심심할 때면 날 저무는 언덕에 올라/ 어두워 오는 하늘을 향해 나발을 불었다.// 발 밑에는 자욱한 안개 속에/ 학교의 지붕이 내려다 보이고/ 동네 앞에 서 있는 고목 위엔/ 저녁 까치들이 짖고 있었다// (중략)// 등 뒤엔 컴컴한 떡갈나무 수풀에 바람이 불고/ 길가에 싹트는 어린 풀들이 밤이슬에 젖어 있었다.”

그때 그 시를 외워온 학생은 그 제자뿐이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넌 멋을 아는 외교관이 되겠구나”라고 칭찬을 했는데 그 칭찬은 어린 소년에게 잊지 못할 말로 남게 됩니다. ‘외교관’이란 미래의 직업은 엉뚱한 말일 수도 있었겠지만 내겐 시암송이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선생님을 만난 제자가 무척 복 있는 사람으로 생각됩니다.

이 축복의 예언 덕분이었던지 이 제자는 몇 번의 낙방 끝에 외무고시에 합격하고 외교관이 되어 중동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연을 들은 선생님은 시 외는 숙제를 하느라 저녁 내내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았을 제자를 그려봅니다. 시암송의 인연이 멋 훗날 이 두 사제(師弟)에게 아름다운 만남을 갖게 해주었지요.

이번 학기 광주의 한 대학에서 교양과목 하나를 맡게 되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나는 한 학기 과제로 네 편의 시암송을 내주었습니다. 이 두 분의 사연처럼 시암송 과제가 나와 학생들에게 좋은 인연을 만들어 주길 기대합니다.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천양희 님의 ‘’입니다. 절망에 대한 역설(逆說)이 절망을 새롭게 보게 합니다.







천양희 (1942 ~ )



절망만한 희망이 어디 있으랴

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

희망이 완창이다 ydy213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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