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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권위는 일상과 분리돼야 가능한가
2019. 07.17(수) 07:40확대축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만날 수 있는, 낡고 오래돼 보이는 이 의자들은 기실 일반 기성품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이다.
미적 권위는 일상과 분리돼야 가능한가



김용근의 미술기행

예술이 된 플라스틱



스테인레스 스틸 원형 테이블

플라스틱 비닐로 된 사각 의자,

이성제품과 구별되지 않고

누구도 예술작품으로

눈치 채지 못하지만

작가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품위와 미적 권위를 위해

일상과 분리되는

기존 예술의 정당화 동일성에

반한 예술 행위이고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저항을 담아내고 있다





폄하나 예찬과 같은 동일화는 서로 다른 문화들 간의 소통과 교통을 막는 벽이다.

기존가치의 정당성으로 세운 동일성의 깃발은 늘 다름에 대한 배제의 논리로 작용했다. 이런 논리의 색은 우리와는 다른 것, 차이, 타자 등을 내세워 새로운 창의적 문화와 현실 영역의 곳곳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며 색칠해왔다. 이러한 보수성에 대해 철학자 데리다는‘중심 대체’라 말하고, 메를로-퐁티는‘중심은 도처에 있으나 주변은 아무 곳에도 없다’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동일성이 늘 중심 역할을 맡고 있어 결국 차이와 타자의 배제는 삶의 현장, 문화 향유와 사고 과정 속에서 여전히 계속 지배의 역을 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초입에 있는 방문자센터의 로비에 스텐인레스 스틸로 만든 18개의 단순한 원형 테이블과 예술극장 로비에 있는 플라스틱 소재 칼라 비닐로 된 여러개의 사각 의자, 공연극장 로비에 일반 의자와 섞여 있는 좁고 긴, 촌스럽고 옛 선술집에 있을 만한 나무의자를 본뜬 청동 의자가 있다. 이 세 개의 조형물은 일상적 테이블과 의자의 기성제품과 구별이 되지 않고, 누구도 예술작품으로 눈치 채지 못하지만 최정화 작가의 작품이다. 예술작품은 품위와 미적 권위를 위해 일상과 분리 되어야 하는 기존 예술의 정당화 동일성에 반한 예술 행위이고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저항을 담아내고 있다. 기존의 전통의 미적 요소인 비례, 조화, 완전성을 추구하던 고급예술에 반하여, 동일성의 탈출과 탈중심화를 구현한다. 그는 기존 중심의 고급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고, 급속한 경제성장이 빚어낸 이후 한국사회의 모습을 플라스틱 소재를 통해 은유한다. 그는 현대 사회를 대변하는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들을 오브제로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여 예술 작품으로 새롭게 재탄생시킨다.

최정화는 88올림픽 전후 대학로 등에서 전시와 공연을 기획했는데 이를 본 외국 큐레이터에게 발탁돼 1989년 도쿄전을 시작으로 타이베이, 상파울로 비엔날레 등 각종 전시회에 참여하며 역으로 한국에 알려졌다. 시대를 읽는 작가의 독창적인 설치예술은 당시 모더니즘과 민중미술이라는 주류담론에서 탈출하여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창의적 영역을 넓혔다.

오늘날 플라스틱은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에 대한 인간적 이기심의 극적 상황을 보여준다.

플라스틱은 쓸모 있음의 유효기간이 끝나면 쓸모없음(쓰레기)이 된다. 이들은 북태평양에 모여 블랙홀이 되어 한반도 7배의 플라스틱 아일랜드를 만들어 내고, 플라스틱 해안을 만들고 있다. 버린 플라스틱은 다시 되돌아와 우리들의 먹거리 속에 숨는다. 우리는 쓰레기를 먹는다. 이것이 플라스틱의 역습이다. 이에 반해 최정화는 쓸모없음의 플라스틱을 예술로 전환시킨다. 그는 얼마 전에 서울역 광장에 난데없는 플라스틱 바구니로 쌓아올린 탑이 등장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예술에 대한 선입견에 의문을 갖게 하는데 시선을 끌었다. 런던올림픽 때, 유럽 최대 복합 문화지구인 런던 사우스뱅크센터에서 플라스틱 칼라 바구니 수천 개로 제작한 ‘오색찬란’ 초대전으로 런던의 축제 한가운데에서 한국미술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그는 쓸모없음이 쓸모없음이 아닌 쓸모 있음이라는 역습의 아이콘이 되었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인간의 삶의 현실이 그만큼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증인 것이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전한 존재인 신을 추구하듯이, 인간은 현실이 추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다.

‘인간은 현실에 대한 거부심리로부터 미를 만들었기 때문에, 추를 찾는 것은 애써 은폐하고 두려운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다’라고 아도르노는 주장한다. 그래서 현대의 예술은 부조리하고 완벽하지 않다. 부족한 현실을 나타내기 위해 전통적 미의 동일성을 외면하고 무시한 무형적이고 해체구조이며 저항적이고 비조화적인 미 밖의 힘이 동력이 된다.

하나의 미적 이상이 지배적인 시대에서도 중심 밖의 다른 미적인 이념들이 서로 공존했으며, 그 이념들은 사회 변동과 가치의 발견을 토대로서 끝없는 변화의 변증법으로 성장하였다. 그래서 그 시대의 맥락 속에서 예술의 장르를 재발견하고 창조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의 연속이 예술의 역사가 되었다. 이처럼 현실의 삶을 거부 하지 않고 은폐되고 배척된 미 밖의 미학을 끌어낸 최정화 작가의 작품은 한국의 근대화가 만들어낸 대량생산과 과잉소비, 집착과 소유의 욕망 등의 주된 소재를 가지고 일상과 예술, 마트상품과 아트, 자연과 인공 등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통적인 동일성의 탈출이다. 그래서 최정화는 본질을 다루는 탈동일성의 팝아트 작업은 관람자에게 기존 예술을 넘어 경쾌하고 흥미로우며 즐거움을 증대시켜 예술의 시야를 넓혀준다. 최정화는 “날조에 날림을 더하면 완성”이라면서, 자신의 삶과 예술의 키워드를 ‘생생, 싱싱, 빠글빠글, 짬뽕, 빨리빨리, 엉터리, 색색, 부실, 와글와글’이라고 정리한다. 그래서 최정화의 작업은 감상자의 부담과 경계심을 버리게 하고, 컬러풀하고 생동감 있는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관람자를 밝고 환하게 만든다.

최정화는 플라스틱으로 대변되는 인공물질 문명을 문화의 역설을 통하여 화려한 조형적 다채로움과 즐거움의 파라다이스로 전환시켰다. 중심주의에서 유치함을 탈중심주의로 끌어 들여 새롭고 멋진 예술작품을 만드는 그만의 독창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여전히 화가인 동시에 공공미술, 영화미술, 전시기획 인테리어, 건축, 무대디자인 등의 예술을 넘나들면서 모든 영역의 경계를 지우고 있다.

최정화는 동일성의 중심과 다름의 차별에 대한 반기의 깃발을 들고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지,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기준의 기준은 무엇인지, 예술이란 무엇인지를 끝없이 물음을 제기한다. 최정화 작가처럼 생산 다음의 쓰레기를 다시 지구에 꽃꽂이 하는 마음과 탈동일성의 소통과 참여를 끌어내어 진정한 재미가 있는 예술의 창조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미학적 의미를 갖는 최정화 작품이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 숨어 있으니 한번 보물찾기 해보면 좋을 듯 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 관람객이 이용하는 일상 의자를 예술가의 작품으로 배치했다. 전당 예술극장 로비에 있는 최정화 작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방문자 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스탠드 테이블. 최정화 작가의 작품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방문자 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스탠드 테이블. 최정화 작가의 작품이다.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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