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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예술공장
2019. 07.31(수) 17:47확대축소
팔복예술공장 외관. 왼편은 A동으로 전시실과 입주작가 스튜디오가 들어서있다. 오른편은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녹슬고 색 잃은 폐공장, 예술 옷 입고 ‘훨훨’



광주·전남형 도시재생 뉴딜 구도심 미래로 만들자

5. 전주 팔복예술공장



25년여간 방치돼 사람 발길 끊겨 슬럼화

전주시 부지 매입·문화재생사업 선정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 선결 후 방향 결정



작가 레지던시·예술교육·전시 공간으로

바리스타·공간해설사 등 주민 채용까지

썬 전자 흔적 완전히 지우지 않고 활용

개관 첫 해 10개월 동안 10만명 방문







전국적으로 문화도시재생 사업 선진지로 꼽히는 전주 팔복예술공장은 썬 전자 생산공장 자리에 들어서있다. 썬 전자는 카세트 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으로 1981년 생산을 시작했다. 부지 1만 6천여평에 500여명의 직원을 둔 규모가 제법 큰 사업장이었다. 그러던 중 민주화운동 바람을 타고 1987년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듬해 노사는 첫 임금협상을 가졌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직장을 폐쇄한다.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들은 417일 동안 직장 회복 운동을 펼쳤지만 카세트 테이프 시장의 쇠락과 겹쳐 결국 썬 전자는 1992년 완전히 문을 닫는다.

이후 공장 부지는 버려지다시피 했다. 공장 건물 1층에 임대를 내놓았으나 유리 가공 공장, 페인드 도장 공장 등이 잠시 가동됐을 뿐이다.

25여년 동안 폐허로 남겨진 공장은 슬럼화했다. 우범지대라 하기에도 어려운, 누구도 가까이 하기 꺼려하는 공간으로 남게 됐다.





◆회색 공간에 핀 문화 꽃

회색빛 폐공장에도 한줄기 볕이 찾아들었다. 전주시가 공장 부지를 사들이고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주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1년 여의 주민 라운드테이블 등을 거쳐 폐공장은 문화예술시설 팔복예술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22일 찾은 팔복예술공장은 활기가 넘쳤다. 곳곳에 남은 공장 구조를 보지 않으면 이곳이 원래 폐공장이었다고 믿기 힘들었다.

팔복예술공장은 A동이 1층 입주작가 창작 스튜디오, 2층 전시실·교육실로 운영되고 있으며, 8월 초면 현재 공사 중인 교육공간인 B동이 완성된다. 이 교육공간에서는 내달 말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밖 예술교육이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은 상주 작가를 포함한 현업 작가들이 팔복예술공장의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한 후 투입, 학교 내 예술교육과는 다른 차원의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방치되다시피 한 폐공장의 변신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정식개관한 팔복예술공장에는 지난해 약 10개월 동안 5만명이 다녀갔다. 이에 팔복예술공장 측은 올해 목표 방문객을 10만명으로 설정했으나 지난 5월 이미 5만명을 넘겨 올 한해 10만명은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동·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도 뜨겁다. 하반기 180회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반응이 좋아 200회를 소화하게 됐다.

가까이 가기 꺼려하던 폐공장이 문화로 재생된 것이다.



◆지역 사회와 함께 한 문화 도시재생

주목할 점은 사업 시작부터 민과 관이 함께 움직였다는 점이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태도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내다본 것이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 선정 이후 기획단을 꾸려 팔복동 주민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소통부터 시작했다. 2016년 한해 동안은 성과에서 벗어나 주민과의 소통에만 집중했다. 20차례의 주민 라운드테이블을 갖고 썬 전자 공장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부터 함께 고민했다.

이 소통프로그램을 통해 팔복예술공장의 카페 써니가 생겼다. 주변 기업와 주민들이 원한 공간이었다.

또 일자리를 원한 주민들의 목소리에 따라 팔복예술공장 곳곳에는 주민들이 채용돼 함께 공간을 꾸려나가고 있다. 카페 써니의 바리스타 4명, 공간해설사 2명, 환경관리 2명 등 총 8명이 일하고 있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B동 교육공간이 완성되면 이곳의 어린이전용식당 조리사 4명, 환경관리 2명 등 총 6명의 주민이 더 채용될 예정이다.

현재도 팔복예술공장은 팔복동 부녀회 등과 함께 화단 가꾸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과 함께 일궈가고 있다.

지역 사회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진행한 재생 사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마을에 활기까지 불어넣게 된 좋은 사례다.

기획단 초기부터 현재까지 팔복예술공장과 함께 하고 있는 한민욱 팔복예술공장 예술교육팀장은 재생 사업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소통이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주민은 물론이고 행정가와 정치가, 예술가, 또 기획자 모두가 한 공간을 함께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관이 방향성을 선언하고 주민들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닌 완전히 방향성부터 주민, 지역사회와 함께 설정해야 재생사업의 방향이 중간에 이리저리 바뀌지 않고 한 방향으로 오래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썬 전자 흔적은 곳곳에

팔복예술공장은 썬 전자의 부지만을 활용하지 않고 썬 전자 공장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어 의미를 더한다. 안전등급을 만족하지 않은 건물을 제외하고서는 건물을 그대로 사용했다. 안전등급이 낮은 건물도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 기둥과 천장 뼈대 등은 그대로 남겨둬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했다.

특히 카페 써니에는 썬 전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공장의 철문을 그대로 떼어다 만든 테이블, 썬 전자에서 일할 때 쓰던 독특한 의자 다리를 활용한 천장 조명, 세월에 의해 독특한 무늬가 남겨진 지붕 함석판을 가져다 만든 작품 등이 카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카페 천장 또한 석면 지붕을 걷어내고 철제 구조물은 그대로 살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독특한 분위기 덕인지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이 앨범 재킷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기도 했으며 이밖에도 류준열 등이 스포츠브랜드 화보촬영을 하기도 했다.

한민욱 팀장은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도시재생이 아니더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진정한 도시재생으로 볼 수 없다”며 “팔복예술공장 곳곳에 남은 썬 전자의 흔적은 지울 수도, 지워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과제는 지속 가능한 운영

팔복예술공장은 최근 문화재생사업 선진지로 손꼽히고 있다. 팔복예술공장 측에 따르면 전국서 일주일에 3~4팀이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지속가능한 운영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 확보와 인력 확충이 중요하다.

대규모 시설로 상당한 운영비용이 쓰이지만 문화예술시설인 만큼 이윤을 추구하지 않아 안정적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는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재원을 지원하고 있으나 오는 2020년이면 운영이 끝난다. 재단이 다시 운영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계속해서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특히나 비영리 문화재단을 운영할 만한 대기업이 전주 지역 내에 없기 때문에 시의 팔복예술공장 운영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

또한 현재 운영부서 인력은 총 7명으로 올 하반기까지 2~3명의 운영 인력이 충원돼야 신설되는 B동 교육 공간까지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팔복예술공장 측은 보고 있다.
김혜진기자 hj@srb.co.kr·박석호기자 haitai2000@srb.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았습니다.



카페 써니의 외관.
팔복예술공장 간판 옆으로 보이는 건물이 현재 공사 중인 B동 교육공간이다. B동 교육공간은 8월 초 준공돼 내달 말부터 하반기까지 아동과 청소년들 대상으로 한 200여 회의 예술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팔복예술공장 간판 옆으로 보이는 건물이 현재 공사 중인 B동 교육공간이다. B동 교육공간은 8월 초 준공돼 내달 말부터 하반기까지 아동과 청소년들 대상으로 한 200여 회의 예술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팔복예술공장 1층 내부. 1층은 입주작가들의 작업실로 쓰이고 있다.
카페 써니 내부. 조명과 테이블 일부, 벽에 걸린 작품은 모두 썬 전자 공장의 것을 재활용해 만든 것이다.
전주 지역 작가들이 만든 작품으로 팔복예술공장을 상징한다. 크게 우뚝 솟은 작품은 ‘써니’로 썬 전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500여명의 근로자 중 450여명이 여성인 점에서 착안해 여성으로 만들었다. 그 옆으로 세워진 조각 품은 ‘가족’이다.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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