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추가최종편집 8.21(수) 17:40
 
소개 CEO 인사 오시는 길 광고문의 구독신청

시암송
2019. 08.21(수) 17:39확대축소
잘 발효된 시 한 편



장흥 출신의 이대흠 시인과는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아름다운 위반’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진지하고 다소 심각한 시만 대하다가 이 시를 읽으며 ‘시도 생각할 거리를 주면서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지요.

보통 ‘위반’ 앞에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형용사가 붙는 게 상식인데 시인은 ‘아름다운’ 이란 모순 형용사를 붙여 독자의 흥미를 끕니다.

“기사 양반! 저짝으로 조깐 돌아서 갑시다/ 어ㅤㅊㅣㅎ게 그란다요. 버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제/ 쓰잘데기 ㅤㅇㅡㄼ는 소리 하지 마시오/ 저번ㅤㅊㅏㅋ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가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ㅤㅊㅏㅋ에도/ 내가 모셔다 드렸는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섞여있는 이 시를 읽으며 이 시가 시인의 경험에서 단숨에 씌여진 시로 생각했습니다. 헌데 시인의 창작 얘기를 들으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선 이 시가 저자의 경험이 아닌 국어 교사 후배의 글에서 비롯된 거였습니다. 후배의 글에서 한 편의 시가 그려져 시인은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시쓰기 허락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허락을 받은 시인의 기쁨이 다음 한 마디에 들어 있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황금 덩어리가 들어있는 원석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막상 시로 쓰려고 보니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몇 마디 말을 만들어 넣고, 군더더기가 될 만한 것은 지웠다. 몇 줄을 지우고 몇 줄을 새로 넣기를 얼마나 하였는지 모른다.”

금방 만들어졌을 것 같은 이 시가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친 걸 알고 시인의 노력과 시 한 편에 담겨있는 정성이 무척 놀랍고 고맙게 생각되었습니다. 실제로 시인은 초고를 묵혀두고 6개월쯤 후 꺼내 다시 고친 다음에도 제 3시집을 낼 때 이 시는 빼고 다시 묵혀두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다시 새 시집을 묶을 때 원고를 꺼내 또 조금 고쳐서 비로소 네 번째 시집 ‘귀가 서럽다’에 실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 시가 10년만에 시집 안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제서야 시인은 이 작품에 만족하며 “전라도 촌뜨기처럼 순박하고 오지다”고 하였답니다. 빨리 써서 시집에 넣기 바쁜 풍토에 십년간의 발효를 기다린 이 시인의 느긋함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이 시가 들어있는 시집엔 이 시인을 백석에 비긴 고은 시인의 후한 칭찬이 있어 이대흠 시인을 더 주목하게 됩니다.

“웬 절창이 이리도 많노! 이것들과 함께 지낸 며칠, 아무리 바빠 날뛰는 팔자라도 통 아깝지 않았다. 아니, 황송한 며칠이었다. 대흠! 나 오도가도 못하게 그대로 하여 아프고 아팠다. 지난날의 청천강 저쪽에 백석의 절제가 새겨지고 이로부터 남에 대흠 그대의 진솔이 들끓는다. (중략) 과연 한 번쯤으로 읽고나서 덮지 못한다. 열 번을 한 번으로 쳐야 한다. 서울의 시 못 당하겠다. 이런 시, 이런 시인과 손 흔들며 헤어져본 적 있으니 영광 아니랴.”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섬 시인’ 이생진 님의 ‘낮잠’입니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날엔 낮잠을 즐기는 섬이 부럽기도 하지요.





낮잠



이생진 (1929~ )



술에 취한 섬

술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hj@srb.co.kr
회사소개 | 회원약관 | 개인보호정책 | 청소년보호정책 | 공지사항 | 제휴문의 | 광고문의 | 기사제보 | 구독신청

제호 : 아트PLUS 등록번호 : 광주 다 - 00259 등록일 : 2013. 9. 18. | 발행.편집인 : 장인균 문의메일 : mdart@mdart.co.kr 웹메일

61234 광주 북구 제봉로 324 (중흥동, SRB빌딩) (주)SRB무등일보 제보 및 문의 062-606-7737(代) 팩스 062-382-0440 Copyright ⓒ mdart.co.kr

본사이트의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 의 사전 허가없이는 기사와 사진을 무단전재 복사를 금합니다